※ 아래 내용은 "증례를 알아보는 신경과"에 수록된 내용입니다.
책을 시작하며 신경과 의사들 사이에서 이야기하는 신경학적 검진(neurologic exam)에 대해 간단히 알아볼 예정입니다. 신경학적 검진은 어느 level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인지 파악하여 localization 및 lateralization하는 데에 의의가 있습니다. 같은 leg weakness 증상이라도 brain, spine, peripheral nerve까지 어느 level에서 문제가 생겨도 leg weakness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무분별한 검사를 막기 위한, 그리고 검사 결과의 해석을 위해 세밀한 신경학적 검진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검진은 신경과 의사들이 하는 것이기에 이 단원에서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않을 예정입니다. 다만, 신경과 의사와 소통하는 데에 있어 보다 명확한 용어로 소통한다면 환자 진료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여 이 단원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최대한 간단하게 임상에서 실제 쓰이는 수준에서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의식 수준
Alert
Drowsy
Stupor
Semicoma
Coma
의식은 위와 같이 5단계로 나뉘며 때때로 semicoma를 제외하고 4단계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의식 수준은 신경과 의사에게 있어 굉장히 중요한 척도입니다. 환자가 alert에서 drowsy로 변하면 반드시 주의를 기울여 각종 lab, 필요하다면 brain image까지 고려하게 됩니다. 환자가 coma에서 semicoma로 변하면 약간의 기대를 하며 치료를 이어 나갈 수 있게 됩니다.
각각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Alert
말 그대로 ‘정상’ 상태입니다. 평상시와 다름없는, 100% 정상적인 상태일 때 alert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Drowsy
Verbal response를 줘야 반응이 있는 경우, 말을 걸지 않으면 눈을 감고 있는 경우를 뜻합니다. 멀리서 보면 눈을 감고 있지만 근처에 가서 말을 걸면 바로 눈을 뜨거나 반응을 보인다면 drowsy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임상에서 drowsy까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100% 정상은 아닌, alert라고 부르기에는 애매한 상황이 꽤 있는데 이 경우 mild drowsy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Stupor
Pain response를 줘야 반응이 있는 경우, 꼬집는 등 통증을 주지 않으면 눈을 감고 있는 경우를 뜻합니다. 멀리서 보면 눈을 감고 있지만 근처에 가서 꼬집을 때 눈을 뜨거나 반응을 보인다면 stupor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에서 ‘반응’은 알아듣기는 힘들지만 짧은 언어를 구사하는 등의 정도 이상을 뜻합니다.
Stupor는 상당히 위험한 단계의 의식 수준입니다. 물론 의식과 호흡은 별개의 문제이지만 환자의 의식이 stupor 상태가 되었다면 intubation까지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Coma
Coma는 pain response에 아무런 반응이 없는 상태입니다. 약간의 눈 찡그림, 팔 움직임 등 미세한 반응조차 전혀 없는 상태를 뜻합니다.
Semicoma
Stupor와 coma의 중간을 뜻합니다. Pain response에 반응이 있기는 하나 stupor와 같이 짧은 언어 등의 반응이 아닌 눈 찡그림, 미세한 팔 움직임 등의 반응이 있는 경우를 뜻합니다.
위와 같이 대체로 5단계로 구분하여 의식 수준을 이야기하지만 이에 맞아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밤중 갑자기 침대에서 뛰쳐나와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소리를 지르며 acting out을 하는 섬망 환자는 위 5단계의 의식으로 설명하기 참 어렵습니다. 정상은 아닌데 그렇다고 주변 자극이 없을 때 반응이 없는 drowsy, stupor는 아니니깐요.
여기서 우리는 의식을 alertness, awareness로 구분하여 이야기합니다. Alertness는 각성, awareness는 주변 상황에 대한 인식을 뜻합니다. 위에 표기한 의식 수준 5단계는 대개 alertness를 표현하기 위한 구분 방법입니다.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니는 섬망 환자의 alertness는 alert라고 하는 게 옳겠습니다. 하지만 질문에 적절한 대답을 하지 않고 엉뚱한 대답을 하고, 보호자도 못 알아보는 섬망 상태의 환자를 ‘정상’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요. 그 때 confuse라는 말을 사용하게 됩니다. 즉, 섬망 환자를 설명할 때 흔히 ‘alert하지만 confuse하다’라고 이야기합니다.
다른 예시를 들어볼까요. Traumatic brain injury로 오랜 기간 coma 상태에 빠져있다가 회복하여 혼자 눈을 뜨고 주변을 바라보기는 하지만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는 등 주변 상황에 대한 인식은 회복하지 못한 환자가 있다면 마찬가지로 ‘alert 하지만 confuse 하다’라고 이야기합니다. 다만, 이렇게 같은 말로 표현하면 앞서 언급한 섬망 환자의 예시와 구분이 되지 않기 때문에 최근에는 minimally conscious state 등의 용어를 쓰기도 합니다. 하지만 타과 선생님들이 이렇게까지 자세히 알 필요는 없으므로 이 정도로만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Stroke
뇌신경 질환 중 타과 입장에서 보았을 때 가장 신경 쓸 부분은 아마 stroke일 것입니다. 여러 원인으로 stroke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in-hospital onset의 가능성이 적지 않으며 acute onset으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여러 exam을 시행해볼 수 있겠지만 타과 선생님들이 알았으면 좋았을 수준 정도로 간단하게, motor grade와 cortical symptom을 중점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Motor grade
Motor weakness가 발생했다는 것을 인지하면 가장 먼저 파악해야 할 정보는 ‘언제’입니다. 그에 따라 접근이 많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파악해야 할 정보는 ‘얼마나’입니다. 어느 정도로 힘이 빠졌는지에 따라서도 접근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보통 MRC grade를 사용하여 아래와 같이 구분하여 평가합니다. 세세한 분류도 있지만 크게 0~5 정도의 개념만 알고 있어도 타과 입장에서는 전혀 문제없으리라 생각합니다.
MRC grade 5 : 정상
겉으로 보기에는 정상인데 환자가 주관적으로 힘 빠짐을 느끼면 5-로 평가하기도 합니다.MRC grade 4 : 검사자의 저항에 버틸 수 있음
검사자와 힘겨루기할 정도의 힘이면 4로 표기합니다. 4+, 4-로 세분하기도 합니다.MRC grade 3 : 중력에 버틸 수 있음
침대에 누운 상태에서 팔이나 다리를 침대에서 떨어뜨려 들 수 있으면 3입니다.MRC grade 2 : 중력이 없는 상황에서 움직일 수 있음
좌우로 움직일 수 있으면 2입니다.MRC grade 1 : 움찔하는 정도로 가능함
겉으로 보기에 움찔하는 모습이 보인다면 1로 평가합니다.MRC grade 0 : 움직임이 전혀 없음
💡 재활의학과에서는 이를 Normal - Good - Fair - Poor - Trace - Zero 이런 식으로 영어로 풀어서 평가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Cortical symptom
Cortical symptom은 대뇌 피질이 영향을 받아 생기는 증상을 뜻합니다. 대표적인 cortical symptom이 aphasia, neglect입니다. 신경과 의사로서 때때로 stroke에서 이 증상이 motor weakness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에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중요한 이유를 설명하면 길어지는데, 간략히 말씀드리면 이 증상을 보고 reperfusion therapy를 시행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Aphasia는 주로 left hemisphere에 이상이 생겼을 때 나타나는데 이는 left hemisphere가 언어 중추이자 우성 반구이기 때문입니다 (왼손잡이라고 하더라도 언어 중추는 left hemisphere에 있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반대로 neglect는 right hemisphere에 이상이 생겼을 때 나타나게 됩니다.
Motor weakness와 종합해서 보자면 right side weakness가 확인되었을 때는 aphasia가 동반되었는지 살펴보고, left side weakness가 확인되었을 때는 neglect가 동반되었는지 살펴보게 됩니다.
Aphasia
언어 능력을 평가하며 크게 아래와 같이 4가지로 분류해서 평가합니다.
Comprehension
지시사항을 잘 수행하는지를 확인합니다. 예: ‘왼손을 들어 이마를 짚고 하늘을 가리켜보세요’ 지시 수행 여부Naming
물건을 보여주며 이름을 맞출 수 있는지 평가Fluency
유창성 여부. dysarthria와는 다름Repetition
문장이나 단어를 따라 말하기 가능 여부
Neglect
Neglect, 한글로 ‘무시’라고 부릅니다. 타과 의사들에게는 생소한 영역이지만 꼭 알아두어야 할 검진입니다.
Visual : 양측 시각 자극 시 왼편 무시, midline 짚기 오류
Auditory : 양측 동시 소리 시 왼쪽 무시
Tactile : 양측 접촉 시 왼쪽 무시
Asomatognosia : 본인 왼쪽 신체를 자기 것이라 인식 못함
Anosognosia : 왼팔·왼다리 마비를 인지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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